화요일 , 7월 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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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이야기(설립배경)

육지로 끌어올린 꿈, 바다
임 양수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장

딸기 농원의 유년시절

저의 유년시절은 딸기밭에서 이루어 졌다. 어릴 적 집이 딸기농원을 했던지라 주변지역 사람들은 유원지로 우리집을 많이들 찼아줬다. '그 때 였을까?'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밝은 분위기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머물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 되는 곳, 이 기억이 아마 지금의 박물관이란 꿈을 일궈낸 밑거름이 되었지 않을가 싶다.
저는 완도에서 태어나 푸른 바다를 보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완도 앞 바다는 참으로 많은 고기들과 시끌시끌한 항구였다. 작은 섬에서 또 섬까지 친구들과 수영 내기를 하며 바다와 친구처럼 지내서인지, 바다라는 곳은 늘 정겹고 힘이 넘치는 생동감 있는 곳이었다.

대양(大洋)과의 만남, 자연의 경이로움

어릴 적 내 고향 완도의 바다는 풍요롭고 싱그러운 느낌이었다. 어부들이 낚아오는 싱싱한 생선들의 풍경과 그 시절 어부들의 삶의 향도 진한 만큼 아련하다. 그렇지만 유년기를 지나 수산고등학교, 수산전공의 대학교를 다니면서 바다에 대한 지식을 조금씩 넓혀가며 또 다른 바다의 모습도 직접 볼 수 있었다. 막상 수산을 직접 배우고, 실습하면서 대양(大洋)으로 나와보니, 어마어마하게 깊고 넓은 곳임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직접 경험한 바다는 자연의 경외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끝없이 펼처진 수평선의 바다와 하늘, 그 둘만이 있는 고요한 곳이기도 하다가 거대한 파도가 치고 태풍을 맛보여주는 무시무시함을 보여주었다. 바다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간극이 크다보니 엄청난 괴리감이 들 정도로 역동적인 곳이었다. 실제 원양어선 선장생활을 약 12년간 했으며, 외로이 망망대해에 선장이라는 막중한 책임감과 이곳에서 나를 비롯한 선원들의 생명을 책임져야하는 사명감으로 지냈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도 내가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것은 바다 속에서 그물과 함께 올라온 어패류는 어느 도록이나 책에서 보지 못했던 바다의 신비로운 생물들이었다. 지금껏 보지 못한 신기한 생김새들은 해양수산학을 전공한 저 역시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교과서에서는 보지도 듣지도 못한 여러 가지 생물들을 볼 수 있는 살아있는 학습의 장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닷속의 많은 진귀한 보물을 혼자 보기 정말 아까웠다. 그때부터 늘 머릿속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를 어떻게 하면 육지로 옮겨 볼까?'하는 생각이 생겼다. 그때부터 하나, 둘 수집이 시작되었다. 흔한것들부터 진귀해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것들까지, 경이로운 자연 그 자체인 곳에서 만난 신기하고 거대한 때로는 독특한 생물들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경이로움의 선사, 박물관

1989년 광주중외공원에서 수산전시관을 시작으로 2002년 땅끝(송지면 통호리)에 해양자연사 박물관을 개관하였다. 지금까지 수집하고 제작한 5만여 점의 전시품을 세상에 펼쳐 보였다. 지금은 2019년부터 새로이 땅끝마을(송지면 송호리)로 신축 이전하여 새로운 '땅끝시대'로 박물관을 새롭게 변모시키고 있다.
박물관은 시간과 지역적인 특수성을 고려하여 전시하였으며 총 4개의 전시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1전시관인 시작海!는 선캄브리아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대표화석들로부터 공룡알 화석 등에 이르기까지 태초에 바다의 탄생을 상상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2전시관인 대단海!는 국내에서 가장 큰 크기의 메인전시품인 25m대왕고래골격을 중심으로 밍크고래 태아, 연안에서 심해까지의 디오라마관등 학술적 가치가 높은 전시품을 가까이 볼 수 있도록 전시하였다.
3전시관의 다양海!는 심해 디오라마관과 세계패류관이 전시되어 있어 고래상어나 대형 가오리, 백상어, 귀상어등 실제 바닷속 모습 그대로 전시하였고, 천연보석인 패류등이 전시되어 있다.
4전시관인 소중海!는 남극관과 포유동물관으로 지구촌 생태계의 최후의 보루라고 여겨지는 소중한 남극의 신비로운 동물들(펭귄, 심해상어, 남극심해산호 등)과 다양한 해양생물들을 전시하였다. 또 각 전시관에 맞는 체험존이 구성이 되어 있어 유아부터 성인까지 바다의 신비함과 종 다양성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하여 자연의 경이로움, 실제 전시품이 전하는 감동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자연은 과학의 모태이다. 관찰하여 응용하고 발전시키는 탐구의 장으로서 박물관이란 장소를 바라보길 희망한다. 지금 지구촌은 기후와 환경문제가 직면하면서 생명과 환경에 대한 경각심도 갖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하는 마음도 전한다.

앞으로의 포부

어떠한 것에 대해 수집한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과 열정 그리고 많은 시간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결코 어느 것 하나 쉽게 수집되고 전시되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껏 40여년의 세월동안 변함없이 이 길 위에 서서 걸어오면서 사실, 힘든 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열정과 투자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준다면, 더 없는 기쁨이 되었다. 그래서 내가 수집과 전시의 길을 포기 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지역사회 내에서 박물관이 진정한 교육문화기관과 지역사회의 문화향유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에는 메트로폴리탄이 있다. 나 역시 더 많은 전시품과 방대한 자료들을 더 수집하여 한국의 메트로폴리탄을 꿈꿔본다. 따라서 한 공간에서도 전시의 스펙트럼을 더 넓게 확장함으로써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